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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도쌤의 일상정리/월도 칼럼

현장체험학습의 의미 - 양주 주원초 사태

by 월도쌤 2024.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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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월도 칼럼입니다. 요새 핫한 뉴스 기사가 있죠? 저희 지역과 근처라 남의 일 같지 않은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양주 주원초는 신도시까지는 아니지만 양주의 도심지역에 위치한 학교입니다.
교사들 사이에서 선호하는 학교는 아니었는데 이런 기사가 터졌네요.



기사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속초 학생체험활동으로 인해 교사가 기소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얼마 전 속초에서 버스가 후진 하다가 인솔 대열의 끝에 있었던 학생이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 엉뚱하게도 교사가 과실치사로 기소되게 됩니다. 많은 교사들이 이렇게 현장체험학습 도중 불가항력적인 사건에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강원도 학교들은 체험학습을 줄줄이 취소하였고, 수도권의 학교들도 취소하기에 이르르고 있습니다. 작년 노란버스 사태와 같은 일이 또 벌어진 것이죠. 저희 학교도 체험학습이 무려 3번이나 계획되어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에 취소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해당 학교도 취소를 하고자 하였는데요. 담임 교사들은 현장체험을 갈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이에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해당 취소 안건을 심의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이 거부하는 것에 대해 직무유기, 아동학대로 고소, 고발을 하겠다고 입장을 낸 것입니다.

심지어 해당 학교는 책임 소재가 교육청에 있는 교육지원청 단위의 체험학습은 다녀오는 것으로 결정하고, 수익자 부담의 학교 단위 체험학습을 거부한 것인데도 이런 기사가 나와 교사들은 매우 충격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현장체험학습은 학교에서 어떤 의미일까요? 사실 현장체험학습은 꼭 가야하는 의무규정이 없습니다. 가지말아야 하는 규정도 없지만요. 하지만 학교에서는 예전부터 여행이나 학교 밖 체험이 어려운 가정의 학생,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습니다. 관행적으로 매년 1회 이상은 현장체험학습을 편성해왔고, 작년부터 교권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현장체험학습 상황에서 교사의 무한책임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현장체험학습은 학교밖 상황에서 학교장이 교육활동을 책임질 수 없으므로 담임 교사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됩니다. 물론, 학교차원의 결정으로 담임교사의 의사와 관계 없이 떠나는 교육활동인데도 말이죠. 아이들을 통솔하고 인솔하는 것은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신고의 위험, 교사의 발언의 무게감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들은 밖에서 더욱 자유로워집니다. 아무 사고가 없더라도 아무도 서운해 하지 않고 조를 짜주는 행위, 서로 싸웠을 때의 해결, 인솔과정에서 사전 답사의 부담 등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심지어 현장체험학습의 경우 대부분 교육과 큰 관계없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과정 또한 파행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교 입장에서는 좋을 바가 없습니다.

학교장은 자신의 낭만적인 담임교사 시절을 추억하며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죠. 사법적 처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출발하는 교사들의 스트레스는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바로 남의 일이 되죠. 교외 활동을 못하는 가정이 이제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학교장 허가 교외체험학습이라는 제도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다리를 다쳐 학교에 못나오는 학생들은 결석으로 표기되지만 가정에서 교외 체험학습으로 여행을 다녀온 학생은 출석이 인정됩니다. 여행, 놀이공원이 정말 특권층의 일이 아니게 된 지금 교사 한명에게 책임을 강요하면서 현장체험을 다녀오게 하는 방식은 근절되어야 합니다.

규정이 바뀌던가 체험학습이 없어지던가 둘 중 하나는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교사는 신의 모습입니다. 수업도 잘하고, 상담도 잘하고, 놀이도 잘하고, 학부모 욕도 들을 줄 알며, 학생의 난동을 막고, 욕을 먹어야 합니다. 거기에 더해 기소의 위험을 안고 살고, 강사 채용, 계약, 교육과정, 동아리활동, 보고서작성, 자료보고, 스마트기기관리 등등등 정말 x소기업도 이런 기업이 없을 정도로 많은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걸까요? 언제부터 교사는 이런 부당함을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직업이 되었을까요?

스승의 날에 존중보다는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교사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참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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