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2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교실 내 CCTV 설치 허용을 골자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의결되었습니다. 해당 법안은 학교장의 제안이 있을 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교실 내부에도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원 단체는 교권 침해 및 교육 현장의 붕괴를 우려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해당 법안이 학교 현장에 미칠 잠재적 부작용과 교육적 우려 사항을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가. 교육 공간의 특수성 훼손 및 기본권 침해 소지
학교 교실은 본질적으로 교수-학습 활동이 이루어지는 교육의 장이지, 감시와 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CCTV의 상시 운영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사와 학생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상시적인 감시 체계의 도입은 교실을 '판옵티콘'화하여,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위축시키고 심리적 압박감을 조성할 위험이 있습니다.
나. 교육 활동의 위축 및 방어적 교직 문화 확산
초등학교 교실은 교사가 상시 근무하는 장소입니다. CCTV 영상 자료가 분쟁 발생 시 증거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열림에 따라, 교사의 교육 활동은 본질적인 '지도'보다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한 '방어' 기제로 변질될 우려가 큽니다.
교육적 판단에 의한 적극적인 훈육이나 생활지도가 추후 아동학대 등의 분쟁 소지로 비화될 것을 염려하여, 교사들이 소극적이고 기계적인 태도로 일관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교육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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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전 글처럼 많은 교육활동이 위축되어가고 있습니다. 더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단호한 표정으로 문제를 지적하거나, 행동 교정을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음에도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의 기분을 나쁘게 한 것을 가지고 정서적 아동학대로 고소를 합니다. 이젠 CCTV를 보자며 교사의 단호한 표정을 근거로 삼을 것입니다. 제대로 된 생활지도가 가능할 리가 없습니다.
다. 교육 공동체 간의 신뢰 기반 붕괴
교육은 교사, 학생, 학부모 간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성립됩니다. 그러나 기계적 감시 장치의 도입은 교육 주체 간의 신뢰가 부재함을 전제로 하는 조치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갈등 상황을 교육적인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기보다, 영상 기록물에 의존하여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풍토가 정착된다면, 학교가 지향해야 할 인성 교육 및 사회성 함양의 기능은 마비될 것입니다. 정치가 붕괴되고 모든 것이 사법처리로 해결되는 우리나라 정치처럼 교육 현장도 모든 것이 법적 소송으로 해결될 것입니다.
Q. "선생님, 찔리는 게 없으면 CCTV 설치해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고 훈육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오히려 CCTV가 선생님의 무죄를 입증해 줄 수 있지 않느냐"고 말이죠. 일견 타당해 보이는 이 '무결점의 논리'에는 사실 교육 현장이 붕괴될 수 있는 치명적인 맹점이 숨어 있습니다.
첫째, '기록된 영상'이 곧 '진실'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수많은 '맥락'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아이들 사이의 흐름, 이전의 대화, 교사의 교육적 의도 등은 영상에 담기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위험한 행동을 하는 아이를 제지하기 위해 급하게 팔을 잡는 교사의 모습이 CCTV 화면 속에서는 거친 물리력 행사로 비칠 수 있습니다. '당당함'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왜곡'이 두려운 것입니다. 단편적인 장면 하나로 교사의 인격과 교육관이 난도질당할 수 있는 환경에서, 소신 있게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교사는 없습니다.
둘째, '감시'는 '소극적 방어'를 낳습니다. 이것이 제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입니다. 24시간 내 행동이 녹화되고, 이것이 언제든 나를 공격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교사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아이들과의 신체 접촉을 피할 것이고, 훈육이 필요한 순간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 기계적인 매뉴얼대로만 행동하게 될 것입니다. "혹시라도 영상에 이상하게 찍히면 어떡하지?"라는 자기 검열이 시작되는 순간, 따뜻한 손길은 사라지고 차가운 거리두기만 남습니다. 교사의 안전을 위해 아이들이 받아야 할 사랑과 교육적 열정이 희생되는 것입니다.
올해 초 학교에서 초등학교 교사에 의해 안타까운 학생의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는 교사 모두의 슬픔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어려운 해결책 대신 쉬운 해결책을 선택하여 교육이 망가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교원의 마음 건강을 살피고, 학생 방과후 안전을 위한 조치가 실시되어야 합니다. 교실 내 CCTV는 새로운 갈등의 시작일 뿐 이런 흉악한 범죄를 막는 해결책이 되지 않습니다. 교실 내 CCTV 설치는 학교 폭력 예방 등의 일부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로 인해 상실하게 될 교육적 가치와 부작용이 훨씬 클 것입니다.
소수의 갈등 사례를 관리하기 위해 학교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감시 체계의 강화보다는 교육 공동체의 신뢰 회복과 교원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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