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교육을 논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정책은 자꾸만 산으로 간다.
교육현장은 사공이 정말 많습니다다. 모두가 학생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내가 겪은 군대를 생각하며 국방부를 모두가 비판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교육에 대해 아는 사람, 참견하는 사람이 많은데 우리 교육은 절대로 제대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교육당국에 교육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소방관은 소방청에서 일합니다. 경찰은 경찰청에서 일하고요. 검사도 검찰청에서 일하며 지방직 공무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청에서 일하는 직원은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직원이 되는데 교육은 그렇지 않습니다. 교육청에서 일하는 직원은 학교에서 일하지 않습니다. 교육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교육청에는 교사에서 교육전문직 즉, 행정직으로 전직을 한 장학사와 학교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교육행정직이 근무합니다.
현장을 모르는 행정은 탁상공론으로 이어집니다. 과거 IBM, 인텔과 같은 거대 회사들이 그러했고, 삼성전자도 그 흐름을 겪고 있습니다. 소방청이 없던 소방관 처우가 어떠했는지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으로 인해 소방관의 처우는 최악을 달렸습니다.
물론, 교육청은 설림된지 오래됐지만 그 안을 꿰차고 있는 구성원 중 교사가 없다는 것이 제일 문제입니다. 일을 만들고, 진행시키는 데 내가 할 일이 아니니까 심도있는 고민이 없습니다. 수업을 하는 교사라면 교육과정과 학생의 수준, 학교의 여건, 교육 내용의 중요도, 나의 여유 시간을 고려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합니다. 하지만 교육청에서 꾸리는 교육계획은 이와 다릅니다. 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저 실적을 내고, 나의 영달을 위해 사업을 만들게 하는 구조입니다. 아이들의 성장보단 예산과 사진 등 겉으로 보이는 외관만 신경쓰게 되는 것이죠.
(!) 문제상황: '딥페이크'라는 사회적 문제가 생겼다.
의원: 이거 어쩔거냐?
교육청: 이거 학교에서 수업하라고 시킬게요~
교사: 이걸 또 수업하라고? 진도는? 이미 있는 성폭력예방교육은? 교육과정 짜놨는데 지금?
교육청: 내가 수업하는 거 아니잖아? 난 몰라 그냥 해!
(2) 문제상황: 초등이랑 중등 생기부 규정 분리해줘. 상황이 아예 다르잖아.
교육청: 내가 쓰냐? 너네가 쓰지? 내 알바 아냐~
프로세스가 이렇습니다. 교육청은 내가 할 일이 아니기에 일을 만들고, 내려 보내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교육청 구성원 누구도 자신이 할 일이 아니기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상태입니다. 위의 사례를 제외하고 세부적인 업무처리 방식에서 정말 탁상공론의 사례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현장 교사들은 교육현장이 멍드는 걸 보며 안타까워 하지만 교육청의 행정직들은 그것에 관심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생기는 결과는 이렇다. 교사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잘못한 아이를 잘못했다고 말하지 못하는 생기부, 시간이 없어 못하는 데도 시늉만 하는 스포츠클럽, 수요일에 주고 금요일에 달라고 하는 공문, 자기들 편한 대로 돈부터 내려보내는 태도, 계속 해서 중복되는 의무 교육, 의무 연수까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장학사가 그래서 있는 거잖아요. 장학사는 교사 출신인데?
장학사는 교사 출신이지만 교사로 돌아오지 않을 사람입니다. 이들은 승진의 루트로 장학사를 이용하고 학교 현장에는 교감으로 돌아가는 사람입니다. 수업을 하지 않죠. 더불어, 평교사를 하다가 부장교사를 하며 승진하는 루트를 피해 교육청으로 간 사람입니다. 교사보다 행정이 편하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공감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파견교사도 있잖아요. 교사들이 교육청, 교육부 가던데?
파견교사는 정말 극소수입니다. 그리고 결정권 없는 사실상 말단 직원입니다. 특수교사는 지원센터 순환을 하는 것이 일상적인데 일반 초중등교사가 교육청에서 근무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저는 그래서 이렇게 제안합니다.
교사가 교육청을 순환해야 합니다. 행정직은 현장으로 돌아와서 내가 만든 사업으로 인해 황폐화된 교육현장을 보아야 합니다. 정책을 만들 때 교사들의 싸늘한 시선에 두려움을 가져야 합니다. 현재 교사들은 아이들로 인해 지쳤을 때 힘든 마음을 환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휴직만이 답인 현실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큰 손해입니다. 행정일을 하며 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인사제도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해 교원수급 고민을 하는 교육부에도 아주 필요한 제안입니다. 그 동안 교사들에게 행정업무를 맡겼다면 행정직도 맡길 수 있을 겁니다. 매번 네 일이니 내 일이니 업무 이관으로 갈등이 많은데 이것도 단숨에 해결됩니다. 다른 직렬이라면 서로의 일이라고 미루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같은 직렬이 되면 내가 업무를 놓았다가 다시 가져가면 됩니다.
물론, 교육행정직도 있어야 합니다. 계약, 회계, 법률 등 교사가 모르는 분야는 당연히 교육행적직과 협력해야 합니다. 교육청, 교육부 직원의 반을 교사로 채우고 교육행정직과 협력해 나간다면 교육정책의 질은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협력하면 될 일입니다. 얼마 전 늘봄지원실장이라는 교사를 위한 행정직이 신설되었습니다. 늘봄 자체의 정책을 차치하고서라도 인사제도의 개편의 면에서 아주 긍정적인 신호인데 이런 자리를 보편화 해야 합니다.
지원청은 지원하라고 만들었더니 군림하고, 이득만 챙기게 되었습니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교육 현장을 경험하는 교육청, 교육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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