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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도쌤의 교실일기/2024 교실일기

일 벌리기 좋아하는 사람이 자치 업무를 맡으면?

by 월도쌤 2024.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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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의 업무는 자치이다. 아이들과 원래부터 뭔갈 하기 좋아하는 내가 자치 업무를 맡으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벌써부터 하고 싶은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넘쳐나고 있다.  마침 예산도 3백만원이나 주어졌다. 1백만원은 이미 이런 저런 기본 용품들을 구입하는데 썼고 남은 돈을 어디 쓸까 고민하던 도중 아이들이 1학기 행사 계획 중에 매점을 아이디어로 냈다.

 

1학기 행사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매점을 열어보고 싶어요~!"

 

"이거다..!"

 

자치실이 엄청 크긴한데 너무 잡동사니가 많고, 필요한 건 없고 필요 없는 것만 넘쳐나고 있다.

 

 

교실 꾸미기 전문가 선생님과 연이 닿아 바로 sos 요청...!

 

 

 

바로 빈백을 활용한 동남아 컨셉을 검색해보았다. 

 

 

 

감성 터지는 이거... 정말 해보고 싶다ㅜㅜ 과연 가능할까?

인테리어는 완전 아는 게 없는 내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자치실을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넓긴한데 테이블은 앉은뱅이 테이블이고 의자도 없다. 살펴보니 있는 건 애들 주다가 남은 과자, 이젤, 누가 창고 대신에 버려놓은 체육용품, 수학교구, 미술도구 등등(누가 학교 옮겨가면서 버려 놓은게 틀림 없다.)  우리반 애들 동원해서 청소 해놓은 정도가 이정도... 하지만 책장을 파티션 용도로 써야 하기 때문에 짐을 최대한 뺐다.

 

 

 

난장판이 되었다.

 

 

 

쓰레기도 이렇게나 많이 나왔다. 

 

이제 모든 짐은 운영부, 진행부, 홍보부로 나눠서 각자 필요한 짐은 각자가 관리한다.

그리고 필요하면 서로 다른 부서에게 빌려쓸 수 있도록 한다.

자치회라면 이 정도는 알아서 해야지...!

 

 

모둠칠판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필요한 선생님들께 나눔을 했다.

 

귀신같이 이젤패드부터 사라졌고, 모둠칠판은 별로 안가져가셨다.

 

(이건 또 어떻게 버리지...)

 

일단 다음주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대충 이런 광경...

 

쓰레기 버리는 건 내일 자치실을 관리할 운영부 아이들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이만 퇴근...!

 

행사랑 아이들이 원하는 실천방안 관련해서 뭐... 할 얘기가 많지만 일단 이게 우선이라서 이것만 포스팅해보려고 한다.

 

 

다음날 애들을 시켜서 버릴거 버리고 대충 구도를 잡아보았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진전이 잘 안된다.

 

저 애기 매트, 앉은 뱅이 책상을 어떻게 해야 할까..?

 

 

 

 

 

가까이서 보면 이런 모습.

 

벽도 마음에 안들고 바닥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안들고...

 

예산은 100만원 안으로 써야 할 것 같은데 좋은 생각이 안난다. 어려워 인테리어...!

 

일단 이 공간은 회의 공간이랑 휴식 공간을 책장같은 걸로 분리하고, 만화책이랑 보드게임같은 걸 채워놓을 생각이다.

용도는 자치임원 휴식공간... 아니면 자치회에서 운영하는 놀이방 정도로 구상중이다. 

 

뭐든 내 일이 늘어나는 것이긴 하다.

 

 

 

이런 게 있던데 훔쳐다가 자치실에 놔야겠다.

 

아무도 안쓰는데 애들 장난감이나, 만화책 놓고 파티션으로 써야지.

 

 

 

급식실 앞에 쓸데없이 벤치도 있더라.

 

이것도 훔쳐다가 회의할 때나 벽에 붙여놓을 의자로 써야지

 

 

 

 

벽이 너무 지저분한데 저건 패브릭 포스터로 가려야겠다.

 

 

 

 

 

가격도 저렴!!!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바닥은 이걸로 일단 깔고 테라스 분위기를 내보려고 한다.

 

 

요런 데크 타일로 조금 테두리를 두르면 대충 테라스 느낌날듯...!

 

 

 

빔프로젝터도 쏘고 싶지만... 이건 좀 오바고 ㅋㅋㅋㅋ

 

 

 

인디언텐트를 놓고 숨어 있고 싶은 애들 감성을 저격해볼까 한다. 

 

일 잘 벌리는 사람에게 무슨 업무든 이런 결과인 것 같다.

 

자꾸만 아이디어가 생각나고... 분명 나는 바쁜데 이거 하고 싶은데

 

못 참을 것 같고...

 

내 팔자야...!!!

 

 

 

( 요새 근황 이야기 )

 

사실 3월 2주차부터 교보위 사건이 터졌다. 피해교원이 나였다. 힘든 경험이었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모두를 위해 위원회를 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위원회를 열었다. 병가를 쓰고 하루만에 출근했다. 크게 힘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멀쩡히 회복된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교보위에서 그 날의 일, 현재의 내 상태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턱 나왔다. 그 때 알았다. "나 멀쩡하지 않구나." 그나마 멘탈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자부하던 나도 이렇게 반응하는 것에 스스로가 당황했다. 그래서 올해는 교실에서 하려고 했던 많은 프로젝트를 포기하기에 이르렀고 개인적으로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교사로서의 내 진로를 새롭게 짜며 이런 저런 고민들이 많은 시기를 보냈다. 그 와중에 자치실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그 누구도 책상과 의자 없는 자치실을 사용하는 건 꺼리셨던 것 같다. 그냥 교실에서 회의진행시키곤 했던 듯 하다.

 

생각보다 교보위 결과가 세게 나올 것 같아서 교실 프로젝트는 결국 하게 될 것 같은데 해보고 싶던 카페 프로젝트가 자치애들과 하면 좀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올해는 창업프로젝트를 카페를 열어서 운영해보려고 한다. 자치실 개선 프로젝트는 나의 그 목표의 일환이다. 시간적으로나 마음적 여유로나 올해는 블로그가 작년처럼 활발치는 않을 듯 하다. 하지만 경과보고는 꾸준히 올릴 것이니 혹시 이 글을 보고 계신 분이라면 찬찬히 즐겨주시면 감사하겠다..!

 

 

감사합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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