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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도쌤의 일상정리/월도 칼럼

교사의 업무는 왜 줄진 않고 늘기만 할까?

by 월도쌤 2023.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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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업무는 무엇일까? 외부에서 교사들의 업무를 생각하면 학생관리, 출석부, 생기부, 건강관리 등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말하는 ’업무‘란 일반적으로 교사가 하는 업무와 매우 다른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수업과 관련없이 학교의 행정업무를 나눠갖는 것을 업무라고 부른다.

학교의 기능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수업만 하다가 이제는 학교에서 아이들의 건강도 챙겨야 하고, 필수 인성도 챙겨야 하며, 아동학대 여부도 살펴봐야하고, 복지도 챙겨야한다. 심지어 이젠 돌봄의 역할도 맡게 되었다. 그리고 교사의 역할 또한 점점 변해 이제는 수업 뿐만 아니라 거의 신이 되어 아이들을 챙길 줄 알아야 하는 역할이 되었다. 권한은 쥐꼬리, 책임은 무~한 책임을 갖게 되었다.

일선 교사들은 제발 수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다. 교사 본연의 수업, 담당학급의 학생관리 외에 더해지는 업무가 넘쳐나고 있다. 도대체 왜 업무는 늘기만 하는지 수업연구 시간은 고려되지 않는지 이해가 정말 되지 않는다. 학교의 예산 편성, 추경을 안건으로 올리는 학교운영위원회 담당, 학부모와 교사들의 연락망 승인을 해주는 이알리미 업무, 방과후 신청을 받고 변경해주는 방과후 업무, 물품 폐기 및 등록 업무, 정보기기의 유지보수 등을 교사들이 대체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것 뿐만 아니다.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이 요구하는 각종 자료 조사는 교사들이 도대체 왜 해야 하는지?(태블릿이 몇개 있는지 교사가 왜 찾아보고 있어야 하나?),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의무연수는 왜 늘어나고만 있으며, 교육청은 학교에서도 바쁜 교사들을 업무 담당자라는 명목으로 왜 자꾸 불러내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터치교사단 임명식에 교육부가 1시까지 코엑스로 교사 부르는 것 보고 진짜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에 학급 내버려두고 가면 소는 누가 키우나?)

8:30에 출근해서 아침맞이하고 청소하고, 수업자료 미리 꺼내놓고 하면 금세 9시가 된다. 누가 지각했는지 살펴보고 가정에 확인 문자를 보낸다.(결석 서류도 왜 아직도 종이로 받아야 하는지 이해 불가), 아이들이 또 싸운다. 화해 시킬 시간도 상담을 해볼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쉬는 시간은 짧고, 방과 후에 나도 아이들도 바쁘니까 말이다. 업무가 많아지면 쉬는 시간에도 짬짬이 공문을 처리하기 위해 업무를 해야 한다. 물론, 수업이 끝나고도 한다. 그 시간을 다해도 항상 퇴근 시간을 넘긴다.

잠깐만~ 선생님 이것만 하고 이야기하자~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자꾸든다. 나는 뭘하는 사람이지? 나는 학교 회계 규정에 대해 모른다. 배운 적도 교육운영비와 일반수용비가 뭐가 다른지도 배워본 적이 없다. 하지만 행정실에서는 그게 다른거라며 다시 해야 한다고 한다. 왜 이걸 공부하고 있는 걸까. 우리 아이들의 특성, 내일 수업에 좋은 자료를 연구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나마 규모가 큰 학교라면 괜찮겠지만 작은 학교로 가면 이런 교육과 관련없는 업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어차피 학교로 오는 공문과 업무는 총량이 같기 때문이다. 교육행정직은 우리를 공감하지 못하며, 업무를 나누기 꺼려한다. 학교장은 갈등을 일으키기 불편해하고 업무를 편하게 생각한다. 수업보다 업무를 잘해 교장이 되는 경우가 많기에 업무로 앓는 소리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특히 행정실의 미움을 살 생각을 하지 않는 풍조도 한 몫한다.  

이런 현실은 조직 내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세대, 직급, 직렬, 신분 끼리 서로를 미워하고 괴롭히고 있다. 저경력, 신규교사가 거절을 못하다보니 교사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학폭 업무, 아무런 점수도 받을 수 없는 부장업무를 받게 된다. 우리는 업무를 많이 하는 교사가 열심히 하고, 업무를 맡으려 하지 않는 교사를 얌체로 여기게 되었다. 그리고 담임을 하지 않고 본질적인 업무만 담당하는 사서교사, 보건교사, 상담교사를  무임승차자로 여기게 되었다.

저 사람들이 행정업무를 나눠주기만 했어도 이렇게 힘들진 않을텐데…


여기에 더해 책임과 권한이 작고, 수업을 하지 않으며 근로3권을 모두 보장받는 공무직에게 불공정을 외치게 되었다. 알사람들은 안다. 공무직과 공무원들의 은근한 갈등관계를.. 공교육의 질은 업무만 떼어내도 정말 확 달라질 것이다. 업무를 더 많이 하는 부장교사에게 승진점수를 부여할 것이 아니라 애초에 수업을 잘하는 부장교사가 저경력 교사들에게 멋진 선배의 본보기가 되게 해주어야 한다.


얼마전, 교총과 교육부가 협약을 맺었다. 보직수당 약속과 함께 늘봄 운영 방식, 행정업무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한 듯 하다. 교총에서는 비본질적인 행정업무를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모두 관리하겠다고 합의했다고 햇으나 교사들은 업무를 만들고 떠넘기는 주체가 교육지원청, 교육청임을 잘 안다. 교총과의 교섭안이 교총 홈페이지에는 대서특필되었으나, 교육부 홈페이지에는 안나오는 것이 그 힌트이다. 수년간 나온 행정업무이관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교사는 이미 하고 있으며, 그걸 받는 주체가 교육청, 교육부가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교사들을 품을 생각이 그다지 없어보인다.

업무보다 수업이 우선되는 날이 오긴 할까? 수업만 연구할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정말 잘할 수 있는데 매일 업무량에 치이며, 불완전한 수업을 짜는 내가 한스럽다. 정말 대부분의 교사들은 놀기보다 뭔가를 만들고, 해보려고 노력한다. 중등은 모르지만 내가 있는 초등은 정말 그런 사람이 거의…! 없다. 정말.. 말 잘듣는 집단이라고 이용할 생각을 말고, 아이들을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

기대도 안한다. 늘지만 않아도 본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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