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월도쌤의 교실일기/2023 교실일기

교사에게 학부모 공개수업의 의미

by 월도쌤 2023. 10. 19.
728x90
반응형

교사에게 학부모 공개수업의 의미

 
어제는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매년 하는 공개수업이지만 올해는 그 느낌이 확실히 남다르네요. 코로나로 인해 직접 방문하는 공개수업은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학부모님들은 사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잘 지내고 있는지, 수업시간에 집중을 잘하는지, 학급 분위기는 어떠한지,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대할 때의 태도는 어떠한지가 궁금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사들에게는 학부모 공개수업은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오늘은 교사에게 학부모 공개수업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적어보려 합니다. 교사들은 전문성을 가진 집단입니다. 아이들의 수준은 교사가 아니면 그 누구도 알기가 어렵죠.

우리 아이들의 가정에서의 모습과 학교에서의 모습은 정말 다릅니다. 이것이 법제화되냐, 의무냐의 이야기를 떠나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살펴보려는 노력은 어떤 향태든 필요합니다.

 

 
부모님과의 소통의 자리

 

직접 선생님을 뵈니까 안심이 되어요.

 
학부모 공개수업은 부모님들을 안심시켜드리기 위한 과정입니다. 남교사로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을까, 너무 강압적이지 않을까 하는 부모님의 걱정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상담 중 하는 말은 선생님을 보니까 되게 안심이 되었어요. 라는 말입니다. 문자 몇통, 전화 몇통보다 그저 눈으로 분위기로 그 선생님을 아는 것은 학부모와 교사의 신뢰 관계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아이가 문제행동으로 전화가 자주 와서 선생님과 갈등이 있으셨다면 오히려 학부모 공개수업을 참관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학부모 공개수업은 선생님과 눈으로, 분위기로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수업이 끝나고 간단히 "바쁘신데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무언의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 성장의 기회

 
 
사실 교육적으로 학부모 공개수업은 애매합니다. 아이들이 발표를 잘했으면 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충족시켜주려다 보니 수업들이 최대한 발표, 참여를 많이 하는 방식으로 구성이 됩니다. 선생님의 역량과 능력을 모두 보여드리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의미가 있는 것은 학부모님에게 아이들의 관심사, 대화를 보여드린다는 점입니다.  
 

요새 수업이 정말 많이 달라졌네요.

 
저는 '요즘 아이들끼리는 이렇게 대화를 하는구나', '요즘 학교는 이런 방식으로 운영이 되네', '이런 관심사들을 반영해줘야 겠구나' 등의 생각들을 하실 수 있게 수업을 구성합니다. 가정에서 자녀 교육에서 얻으시는 부분이 있도록요. 요새 수업이 이렇게 바뀌었네요. 라는 말씀들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아이들의 눈높이, 활동 위주, 실생활 경험 위주의 교육으로 학교 수업이 바뀐만큼 가정에서도 이런 방식을 취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교사의 수업 점검

 
떨리는 면으로 따지자면 동료공개, 학교장공개보다 학부모 공개수업이 더 긴장됩니다. 저는 공개수업할 때 이런 걱정이 종종 듭니다.
 

청소상태가 책 잡히진 않을까?
티격태격하는 아이들 관계가 안좋게 비쳐지진 않을까?
허용적인 교사의 모습에 불만을 가지면 어떡하지?
발표를 안하는 아이를 보고 실망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을 하곤 하는데요. 아이들도 부모님이 오시면 긴장하고, 수업 참여를 열심히 하기 시작하는데 그 전에는 이런 고려들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수업 도중에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유의하면서 구성하고, 나의 수업에는 이런 부분이 부족했구나 하고 점검합니다. 또한 평소에는 기승전결을 못맞추고 수업할 때도 많은데 그런 수업 방식을 공개수업을 통해 가다듬는 과정이 있어서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껄끄러울 때도 있습니다. 학부모의 민원으로 한번 신경이 쓰였던 적이 있으면 그 분이 올 때 조금 생각을 많이 하긴 해요.  아이들의 다툼, 학부모의 말투같은 요소들이 다시 한번 생각나면서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하는 마음이죠. 그런 문제는 어디에나 있고, 불편함의 여부와 관계없이 공개수업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불편함을 피하면 곪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참관 일지를 열어볼 땐 정말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공개수업은 항상 참관일지를 적도록 합니다. 이 점과 관련해 학부모님께 드리는 말씀은 웬만하면 좋은 말로 적어달라는 부탁입니다. 공개수업은 교사의 노력이 담긴 수업입니다. 교사에겐 학급교육과정 편성권이 있습니다. 그 권한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단순히 수업을 공개하는 것으로 보여도 준비과정은 사전회의, 사후회의, 공문작성, 교실청소 등의 업무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런 노력을 인정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교사는 그저 '감사합니다' 한마디만 보아도 나의 사명감에 보상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정말 열심히 준비한 수업이기에 참관일지를 열어볼 때면 마음이 참 조마조마합니다. 나쁜 글은 한번도 없어서 다행히 괜찮았지만 그런 글이 있으면 마음을 다칠 것 같아요. 학부모님께서 지켜보는 동안 수업 중 아쉬웠던 점이 왜 없을까요. 하지만 아쉬웠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소통할때 말씀 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학부모와의 만남은 참 어렵고, 쉽지 않습니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민원인도 동료도 아닌 정말 특수한 관계가 바로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입니다. 그만큼 협력이 많이 필요하고, 그런 관계로 되었으면 하지만 최근 교육현장은 그렇게 되기가 참 어려워졌습니다.

사회가 교사와 학부모를 협력의 관계에서 떨어뜨리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봅니다. 교사가 교육서비스 공급자, 학부모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는 수요자의 역할만 강조하고 있어 오히려 학부모를 만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최근 수업공개 법제화 논의는 오히려 이런 점만 강조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학교와 가정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순 없을까요.
 
학교는 소비자의 과도한 요구가 두려워 만나지 못하고, 학부모는 정보를 얻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거든요. 모두가 배려하는 존중의 관계가 형성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월도쌤 이성강이었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