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디스쿨 나눔연수를 하게 되었다. 사실 인디스쿨 나눔연수는 대단한 사람이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금융교육연구회를 대표하여 연수를 하기에 신경써서 수업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연수는 같은 연구회에서 팀으로 활동중인 올라피쌤과 함께 하였다.
연수제목은 '창업교육 노하우 대방출'로 둘이서 같이 창업교육 사례를 발표하고 수업에 고민을 겪고 있는 선생님들께 수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다. 그리 긴 경력을 갖고 있지 않는 내가 연수를 준비하는 것을 은근한 부담이다. 사실 나보다 훨씬 경력도 많고 깊은 혜안을 갖고 계신 선생님들이 많으실텐데 그 앞에서 번데기 주름을 잡는 격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선생님들께서 고민하는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떠올리며 연수를 준비한다.
연수의 도입으로는 오페라의 예를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창업교육은 모든 것을 총 망라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이다. 융합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인데 이건 오페라와 비슷하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라는 칭호가 붙는다. 모든 종류의 예술이 한데모여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공연으로 탄생된다. 창업교육, 엄밀히 말하면 창업프로젝트도 그런 면이 있다. 모든 교과를 한 데 묶어 하나의 완성된 프로젝트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교과는 연계하기 나름이지만 창업프로젝트를 할 때에 많이 가져오는 부분들을 선생님들께 소개해드렸다. 국어는 발표나광고 촬영할 때 도움이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문제를 찾고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차시들도 창업 프로젝트에 가져오기 좋다. 도덕은 친구들과 협동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강조할 때, 기업의 사회공헌 사례를 제시할 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미술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실과는 발명단원이 있어 나도 잘 모르는 발명기법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를 이끌어내기도 좋다. 음악는 노랫말 바꿔부르기가 많아 홍보노래 만들기 활동을 해도 아이들이 재밌게 참여한다. 사회는 경제단원이 있으니 중심교과로 가져가면 좋은데 그 외에도 다른 단원들이 연계하기가 쏠쏠하다.
교과 연계 부분들이 선생님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는 반응이 많지 않았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부분은 학생들에게 활동 후 소감을 받는 부분이었는데 소감 활용 방안에 대해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나는 활동 소감문에 내가 한 일, 잘한 일, 칭찬하고 싶은 친구를 꼭 적게 하는데 이건 활동에 대해 학생들의 단순한 피드백을 받고자 함도 있으나 나이스에 적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조용한 친구들도 창업활동에서는 하는 역할들이 꼭 있기 때문에 적어줄 부분들이 많다. 이 부분에 많은 선생님들이 공감을 보여주셨다. 실제로 행발 쓰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가... 누가기록 하나하나 다르게 써주는 것도 어려운데.. 소감문에 있는 아이들이 한 일만 적어주면 이 고민들은 해결될 수 있다.
그리고 또 선생님들이 궁금해 한 지점은 실제 돈을 사용하여 활동을 했을 때 걱정되는 민원이다. 나 조차도 평소에 고민하던 지점이라 대답을 미리 준비했었는데 정말 질문이 나와서 필살기가 잘 먹힌 기분이었다. 22년부터 나는 병뚜껑이라는 나만의 창업 아이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남양유업과 플라스틱 방앗간에서 병뚜껑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해주는 덕분에 아이들이 부모님을 조르지 않고도 상품과 교환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가져오게 할 수 있었다. 어차피 우리는 돈을 버는 것보다는 창업과정에서 협동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니까 병뚜껑이든 뭐든 받아도 상관없다. 그런데 가져오게 하는 것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고 부담도 없는 물건이라서 수업하기에 훨씬 수월해졌다. 나는 그저 병뚜껑 한개를 적당한 가격으로 환산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수익을 계산하도록 시키면 된다.
어느 영상에서 ppt의 마지막 장도 허투루 사용하지 말라는 당부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마지막엔 선생님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영화 대사를 삽입했다. 인터스텔라에서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대사인데 바로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이다. 겁내기 보다 항상 부딪혀보면 답이 나왔던 것 같다. 창업프로젝트도 그렇다. 하기 전엔 정말로 겁만 나는데 이젠 답이 나올 테니까 일단 해보자고 덤빈다. 이런 마음이 연수를 들은 20여명의 선생님들에게도 다가왔길 바라본다.
연수에서 아쉬운 부분은 분명히 있었다. 첫째, 60분이라는 주어진 시간을 다 사용하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누군가 나에게 강사비를 지급하고 연수를 맡긴다면 정말 큰 잘못이다. 개인적으로 잡설이 많은 연수는 질색이라 도입 및 강사소개를 금방 지나갔는데 좀 더 시간을 할애해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벼운 마음이 들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 스스로도 도입보다 내용이 바로 들어가는 느낌이라 여유가 좀 부족했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오늘 강의를 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수강생 입장에서 설득이 되는 장치를 마련해야 겠다.
그리고 올라피 쌤의 연수를 보면서 느낀 점으로 내 연수는 내 스스로가 브랜딩이 너무 안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경험도 경력도 부족하여 내세울 게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연수를 듣는 사람에게 강사에 대한 전문성 또는 신뢰를 느끼기에 나의 방식은 좀 부족하다. 나를 표현하는 간단한 닉네임 정도는 만들어 주어야 할 듯. 다른 연수에서 나를 소개 할 때엔 '사업하는 교사 이성강' '사업하는 성강쌤' 정도로 나를 소개해야겠다. 애초에 올라피쌤은 정말 부단히 노력하여 강의력을 갈고 닦은 듯하다. 간단한 대본을 만들어 놓고 연수했을 때마다 사용할 만한 재밌는 수업 일화 및 연수 도입 예시들을 제시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올라피쌤의 연수에서 가장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다양한 아이디어의 결합이다.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창업교육과 관련한 수업들을 소개하였는데 연수를 듣는 사람으로서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업과정안을 제공 받으면 훨씬 도전해 볼만한 느낌이 들 것 같다. 네이버 데이터랩, 썸트렌드 등 ai와 관련한 빅데이터를 사용해 수업을 구성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더불어 이런 아이템들을 사용해 경제교실이라는 학급경영의 틀에서 벗어나 수업을 구성하려고 노력했다는 점도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깊은 인사이트와 끈임없는 연구의 결과물을 실제 눈으로 보니 나 또한 도전의식이 끌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수 강의자로 참여했으나 연수 수강생으로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연수였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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